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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피해 신고 경위와 전후의 행적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13. 1. 17. 선고 2012고합490 판결【아동ㆍ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등) 】)

전 문

피고인 전OO배달원

주거 서울 ○○구 ○○65-28 18/04

등록기준지 강원 ○○군 ○○면 ○○리 138

검사 김OO(기소), 정OO(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OO 

판결선고 2013. 1. 17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2. 5. 10. 02:30

성남시 ○○구 ○○887에 있는 모델파크 302호 내에서

청소년인 피해자 김(, 15)가 술에 취해 침대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어내자

술에 취한 피해자를 힘으로 억압한 후

혀로 피해자의 가슴을 빨고 강제로 바지를 벗기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피고인을 밀어내자

피해자의 양쪽 어깨를 양손으로 누르는 등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팬티를 강제로 벗겨 성기를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1회 강간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의 변소 요지

피고인이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있지만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이고 공소사실과 같은 폭행협박은 전혀 없었다.

 

3. 판단

형사재판에서 공소재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963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소사실에 부함하는 직접증거로는 사실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하고

나머지 증거는 모두 피해자의 진술에 기초한 전문증거 등에 불과하여

오로지 피해자의 진술에만 터잡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정확성에 거의 의심을 품을 만한 여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증명력이 요구되고,

이러한 증명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피해자가 한 진술 자체의 합리성일관성객관성 상당성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성품 등 인격적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16413 판결 참조).

 

한편강간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하려면

강간의 수단으로 인정될 만한 폭행협박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의 폭행 또는 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유형력을 행사한 당해 폭행 및 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이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피해자와의 관계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사항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191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해자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및 법정증언,

김진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및 법정증언각 감정의뢰회보 등이 있다.

 

먼저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해자 진술의 진빙성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의 친구 염@선은 2012. 5. 9.

휴대폰 채팅으로 피해자의 지인인 김진를 알게 되었고,

함께 만나 놀기로 약속하여

@선과 피고인김진와 피해자가 같은 날 23:00

○○대학교 근처 롯△▣네마 앞에서 만난 사실,

피고인과 피해자 일행은 한강으로 이동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선이 모텔에서 방을 잡고 술을 마시자는 제의를 하여

성남에 있는 모텔파크로 이동한 후

2012. 5. 10. 01:00경 위 모텔 302호와 205호에 방을 잡은 사실

(모텔비는 피고인과 염@선이 부담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 일행은 위 모텔 302호에 모두 함께 들어가 게임을 하면서

피고인과 염@선이 사온 술(소주맥주막걸리사이다주스 등)

모두 섞어서(일명 '폭탄주') 마신 사실,

그 후 김진와 염@선이 위 모텔 205호로 내려가고

피고인과 피해자만이 302호에 남게 된 사실,

205호로 들어간 김진가 대략 10분 후 위 방에서 나와

@선을 통해 피해자에게 같이 집에 가자는 의사를 전달하였고,

이에 피고인과 피해자가 김진가 있는 모텔 밖으로 나온 사실,

피해자가 모텔 밖으로 나오자

김진가 피해자에게 같이 집으로 가자고 이야기 하였는데,

피해자는 집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사실,

김진는 그러한 피해자의 태도에 화가나 혼자 집으로 돌아갔고,

피해자는 피고인과 다시 위 모텔 302호로 돌아온 사실,

그리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가졌고,

성관계를 마친 후 피해자가 집에 간다고 하여

같은 날 04:40경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 근처인 자양파출소까지 피해자를 오토바이로 태워주었으며,

그 때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려준 사실,

피해자는 집에 도착한 후 김진로부터 "아무일 없었냐"는 문자메시지를 계속받고서

"강간당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 및 이 사건 기록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

(피해자 진술의 합리성피해 전후의 상황피해신고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행사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1) 피해자는 경찰에서

"△ 언니랑 염@선이 내려가고

저는 술에 취해 양치질을 한 다음에 침대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피고인이 자자고 하면서 텔레비젼과 불을 끄고 제가 누워 있는 침대로 와서는

제 옆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어 같이 누어있었는데

@선한테 전화가 온 거예요"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21),

검찰에서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증거기록 제158).

그리고 피해자는 김진와 염@선이 방 밖으로 나가고

피고인과 단 둘이 위 모텔 302호에 남게 되었을 때

자신은 김진와 염@선이 밖에 바람 쐬러 나간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진정 김진와 염@선이 밖에 잠깐 바람 쐬러 나간 것으로 생각하였다면

피고인이 잠을 자자고 하면서 텔레비전과 불을 끄고 침대 위로 올라 올 때

김진와 염@선이 돌아올 때까지 불을 끄지 말고 기다리자고 말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피해자가 그때 곧장 집에 가지 않고 그곳에서 자고 가되,

피고인과 함께 잠을 잘 의사가 없었다면

피고인더러 피해자 옆에 눕지 말고 205호에 가서 자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피고인이 텔레비전과 불을 끄고 피해자와 함께 침대에 누워

피해자에게 팔베개를 해주는 등의 행동을 하는 동안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말들을 하였다는 흔적이 전혀 없다.

 

오히려 김진와 함께 205호로 간 염@선한테서

김진가 피해자를 찾는다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 모텔 302호에서 자거나

피고인과 함께 침대에 계속 누워 있었지 않았을까 의심된다.

 

2) 나아가 피해자는 김진가 자신을 모텔 밖으로 불러낸 다음,

피해자의 아버지가 김진가 피해자를 데리고 밤길을 나다니는 것으로 알고

김진한테 '미친년'이라고 욕했다는 거짓말까지 해가며

피해자에게 함께 집에 가자고 말하였음에도,

피해자는 자고 갈 뜻을 내비치며 집에 가지 않겠다고 하였고,

김진는 이러한 피고인의 태도에 화가 나 혼자 집에 가버렸다.

이와 관련하여,

피해자는 2012. 5. 10. 경찰 진술에서

술에 취하기도 하고 돈도 없어서 자고 가기 위해서 모텔로 다시 올라왔다고 진술하였다가

2012. 10. 4. 검찰 조사에서는 가방도 방에 있었고,

술이 취해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는데,

피고인이 손을 꽉 잡고 있어서 부리치기 힘들었다고 진술하였다.

김진△ 역시 2012. 10. 23. 검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데려가지 못하게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얼마든지 김진에게 돈을 빌려서

김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김진와 피해자의 주거지는 근접해 있다),

더욱이 김진가 피해자를 데리고 귀가하기 위하여

피해자를 모텔 밖으로 나오게 한 뒤

피해자에게 피고인이나 엄OO한테 가방을 갖다 달래서

함께 귀가하자고 설득하고 있었던 상황임에 비추어,

가방이 방에 있었고 술에 매우 취한 상태이기도 하였으며

돈도 없어서 집에 가기보다는 모텔에서 자고 갈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그리고 피고인이 집에 못 가게 손목을 꼭 붙잡고 있어

집에 가려고 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는 취지의 피해자와 김진의 진술은,

사건 당일인 2010. 5. 10. 경찰 조사에서는 나오지 않다가

그로부터 5개월이나 지난 검찰 조사 시에 비로소 나온 진술인데다가,

피해자가 김진의 말에 따라 집에 가겠다고 뜻을 표시하였다거나

피해자나 김진가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손목을 놔 달라고 요청하였다는 아무런 진술이 없는 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염@선도 그 법정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집에 가기를 거부하였던 것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의 팔을 붙잡고 집에 못 가게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역시 믿을 수 없다.

 

3) 또한 피해자는 김진가 혼자 귀가한 뒤 피고인과 함께

위 모텔 302호로 돌아와 피고인과 함께 침대에 누웠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김진가 귀가하자고 모텔 밖으로 불러내기 전에도

피고인과 침대에 팔베개를 하는 등 이미 어느 정도의 신체접촉이 있었다.

그럼에도 피해자는 피고인과 모텔로 다시 들어오면서

피고인에게 205호로 가서 염@선과 같이 자라고 말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위 모텔 302호실로 다시 들어오는 과정에 실랑이가 있었다거나,

당시 피고인이 억지를 부려 피고인과 함께 위 모텔 302호실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볼 아무런 사정도 없다.

피해자는 당시 비록 나이 어린 청소년이기는 하나

스스로 성범죄에 대하여 대처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고 보인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함께 귀가하자는 김진의 제의를 뿌리치고

피고인과 다시 위 모텔 302호에 들어와 잠을 자고 갈 생각을 하였고,

피고인이 침대에 누워 자신의 몸을 만질 때까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피해자의 행동은 의사에 반하여 성폭력 피해를 당하게 되었다는

피해자가 행동으로 보기에는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4) 한편 김진가 집으로 돌아간 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위 모텔 302호로 돌아온 시간은

2012. 5. 10. 02:30~03:00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피고인과 방으로 돌아온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피고인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 후 피해자가 집으로 돌아간 시간은

그날 새벽 04:40경이므로(증거기록 제163),

피해자는 성관계 직후 곧바로 집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피고인과 상당한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귀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강간 직후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는 피해자의 진술보다는

성관계 이후 피해자와 함께 티비를 보면서 이야기를 1시간가량 나누었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더욱 설득력이 있다).

 

피해자는 성관계 이후 피고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에 가겠다고 말하여

피고인과 함께 모텔에서 나와 피고인이 운전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피해자의 집 부근인 자양파출소 앞까지와 집으로 곧장 들어갔고,

그때 피고인과 헤어지면서 피고인의 휴대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기기도 하였다.

 

그 후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자

@선에게 전화를 하여 피고인의 전화번호를 물어보기도 하였고,

2012. 5. 15. 피고인에게 안부를 묻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피해자의 일련의 행동은

피고인으로부터 강간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도 피해자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5) 피해자는 2012. 5. 10. 04:40경 집으로 돌아왔는데,

김진로부터 "괜찮으냐무슨 일 있지 않느냐.

나 죽는 것 보고 싶지 않으면 사실대로 이야기하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계속 받고는

김진에게 "강간당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김진는 그날 07:00경 경찰서에 자신이

위 모텔 205호에서 염@선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고,

그에 관한 진술조서를 받으면서 피해자의 강간 피해사실까지 진술하였다.

김진는 경찰 조사를 마친 후 피해자의 학교를 찾아왔고,

피해자는 김진로부터 그가 이미 경찰에

피해자의 강간 피해 사실을 신고하였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

담임선생님에게 강간 피해 사실을 알린 뒤,

그 날 11:00경 경찰서로 가서 강간 피해 사실을 진술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피해 신고 경위와 피해자가 피고인과 헤언진 전후의 행적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당초 김진로부터 문자메시지를 통한 잇단 추궁을 받고,

자신이 김진의 귀가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기 위하여 또는

혹시라도 피고인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염려하여

피고인으로부터 강간당한 것이라고 둘러대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김진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피해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경찰에 자신의 강간 피해 사실을 신고하였기 때문에

피해자도 그에 따라 담임선생님과 경찰서에 강간 피해 사실을 진술하였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다음으로김진의 각 진술 중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의 범행 시실을 전해 들었다는 부분은

피해자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 또는

이를 기재한 문서로서 원진술자인 피해자가

이 법정에서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증언한 이상 증거로 쓸수 없고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 301조의2 ),

그 외 진술 부분만으로는 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었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재판장 판사 김영학 판사 이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