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장애인에 대한 준강간등)
【판시사항】
[1]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에서 정한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의 의미 및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의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등의 죄’가 성립하기 위하여 지적 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인 피해자가 지적 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및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은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데, 그 중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피해자의 정신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는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피해자가 지적 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지적 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고, 피고인도 간음 당시 피해자에게 이러한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현행 제6조 제4항 참조)
[2]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현행 제6조 제4항 참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5도2994 판결(공2007하, 1428),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도574 판결
【전문】
【피 고 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우재욱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2. 10. 5. 선고 2012노19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1. 3. 초순경 ‘마비노기’ 게임사이트에서 지능지수 51의 지적장애인인 피해자 공소외 1(여, 24세)을 채팅을 통해 알게 되었고, 2011. 3. 7.경부터 피해자와 지속적으로 통화하면서 피해자가 묻는 말에 대답을 잘 하지 않고, 그래서 피고인이 ‘○○년’이라고 여러 차례 욕을 하고 화를 내도 다시 연락을 해오며, 영상통화시 알몸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도 쉽게 응하는 등 피해자가 지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2011. 3. 27. 13:00경 피해자의 집에서 정신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고, 같은 날 22:00경 같은 장소에서 재차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여 피해자가 아빠한테 혼날까 봐 싫다고 하자 ‘○○년아’라고 욕설을 하여 피해자가 위축되자 정신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피해자를 간음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당시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피고인에 대하여 성관계의 거부 또는 그에 대한 저항의사를 실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상태에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정신장애가 있고 그로 인하여 자신의 부당한 성관계 요구에 대하여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음을 알면서 피해자의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것으로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2011. 11. 17. 법률 제110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6조의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은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경우뿐 아니라 신체장애 또는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하는바, 그 중 정신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정신장애의 정도뿐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7. 27. 선고 2005도2994 판결, 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도574 판결 등 참조).
한편 법 제6조는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해자가 지적장애등급을 받은 장애인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지적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고, 피고인도 간음 당시 피해자에게 이러한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나.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피해자의 지능지수가 51, 사회성숙지수가 35.91로 측정되어 지적장애 3급으로 판정된 사실, 이 사건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실시된 피해자에 대한 심리검사보고서에 피해자의 언어적 기능이 매우 저하되어 있으며, 관습적인 수준의 규칙과 규범에 대한 습득 및 문제해결능력 역시 지체되어 있어 충동적이고 미숙한 행동을 보일 소지가 많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법 제6조 소정의 정신장애는 지적장애 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므로,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록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내용, 피해자에 대한 경찰 제1회 진술조서와 아동피해자조사보고서의 기재를 보면, 그 표현에 다소 미숙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피해자는 성행위와 임신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성관계를 전제한 것으로 보이는 만남 제안을 여러 번 완곡하게 거절한 사실이 있다.
② 인터넷 게임 및 대학생활 또는 일상생활에 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가 교환한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피해자가 일산에 사는 부모를 떠나 대전에서 홀로 자취하며 특별한 보호자 없이 대학생활을 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관하여 어느 정도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③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자살해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을 보면, 피해자는 자살의 의미도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④ 앞서 본 심리조사보고서는 기존의 검사방법과 상담방법에 기초한 것으로서 피고인과 피해자가 교환한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피해자의 대학생활 및 독립된 일상생활의 구체적 모습이 고려되지 않고 작성된 것이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유무에 관한 내용이 없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가 비록 장애등급으로 분류되는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법 제6조에서 보호되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쉽사리 단정하기가 어렵고, 달리 이러한 정도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나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
다. 나아가 정신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록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보다 1살 어린 대학생으로서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대전에서 홀로 자취하는 대학생이라는 피해자와 20여 일 동안 약 1,000여 통의 문자메시지를 교환하였는데, 피해자와 교환한 문자메시지 내용에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내용은 없다.
② 피고인은 피해자와 음란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교환하기도 하였지만 인터넷 게임과 대학 및 일상생활에 관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자주 교환하였다.
③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욕을 몇 번 한 적이 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이에서 만연히 한 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고, 피해자도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채팅을 통해 피고인에게 ‘죽여버릴 테니까’, ‘자살해라’, ‘쓰레기 같은 놈’ 등의 과격한 말을 한 사실이 있다.
④ 피해자의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 적이 있는 공소외 2는 제1심법정에서, 피해자의 부모가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다고 말하기는 하였으나 피해자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외모나 언행에서 다른 사람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고,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바로 지적장애인이라고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속칭 모자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⑤ 피해자는 피고인과 헤어진 후 바로 피고인에게 만나서 반가웠다며 집에 잘 들어갔는지에 관한 안부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⑥ 피해자는 피고인이 만나서도 자신에게 욕을 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지만, 피고인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피해자도 제1심법정에서, 피고인과 성관계를 할 때나 성관계를 하기 직전에 피고인이 욕을 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며, 달리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에 욕을 하였는지에 관한 명확한 진술은 없는 것으로 볼 때, 피고인이 피해자와 만나서 욕을 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가 정신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그렇다면 피해자가 법 제6조에서 말하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피고인이 이를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해자의 정신상태 등에 관하여 더 심리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법 제6조 소정의 항거불능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