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13세미만미성년자 강간 ) 치료감호·치료명령
【판시사항】
검사가 피고인을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으로 기소하면서 치료감호와 함께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을 청구한 사안에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성충동 약물치료를 강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례
【판결요지】
검사가, 아동인 피해자들을 각 강제추행한 피고인을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으로 기소하면서, 피고인이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치료감호와 함께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 한다)을 청구한 사안에서, 당사자의 동의 없이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성충동 약물치료를 강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은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성폭력범죄자의 사회복귀를 촉진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성충동 약물치료제도가 과연 재범 방지의 효과가 있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문이 존재하고, 치료명령 요건에 대한 판단 시점을 집행 시점과 일치시키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는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가 모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성충동 약물치료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쉽사리 치료명령 피청구자가 입는 불이익을 등한시할 수 없으므로, 위 조항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치료명령 피청구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당하지 않을 자유, 자기결정권,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만한 합리적인 의심이 있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례.
【참조조문】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항,
제37조 제2항,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
형법 제298조,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2010. 4. 15. 법률 제10258호 성폭력범죄의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의2 제3항(현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7조 제3항 참조)
【전문】
【피고인, 피치료감호청구인 겸 치료명령 피청구자】
【변 호 인】
변호사 장우승
【주 문】
위 사건에 관하여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제청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검사는 2012. 9. 18. 피고인, 피치료감호청구인 겸 치료명령 피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 한다)에 대하여 “피고인은 2009. 6. 7. 12:29경 대전 동구 (주소 1 생략)에 있는 ○○빌라 주차장에서 놀고 있던 피해자 공소외 1(여, 5세)을 보고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의 손을 잡고 위 건물 4층 옥상으로 올라가 피해자를 반항하지 못하게 한 다음 피해자의 엉덩이와 항문에 피고인의 성기를 대고 비벼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고, 2009. 7. 1. 15:00경 대전 동구 (주소 2 생략)에 있는 △△빌라 A동 뒤쪽에서 귀가하던 피해자 공소외 2(여, 6세)를 보고 추행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유인하여 위 빌라 뒤쪽 후미진 곳에서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를 추행하였는바, 피고인은 소아성기호증이 있는 정신성적 장애자로서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치료감호시설에서의 치료 및 약물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내용으로 공소제기 및 치료감호,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를 하였다.
나. 제청대상 법률조항 및 관련 규정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의 대상이 된 법률조항(이하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이라 한다)은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성충동 약물치료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이고, 그와 관련된 규정은 다음과 같다.
제1조(목적) 이 법은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하여 성충동 약물치료를 실시하여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성도착증 환자"란 「치료감호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에 의하여 성적 이상 습벽으로 인하여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판명된 사람을 말한다. 3. "성충동 약물치료"(이하 "약물치료"라 한다)란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서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 투여 및 심리치료 등의 방법으로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를 말한다. 제4조(치료명령의 청구) ① 검사는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의 사람에 대하여 약물치료명령(이하 "치료명령"이라고 한다)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제8조(치료명령의 판결 등) ① 법원은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하여야 한다. ④ 치료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은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한다.
2. 재판의 전제성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은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의 당해 사건에 해당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간등)죄로 인한 치료명령 청구사건에 적용되므로,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은 재판의 전제성이 있다.
3.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4조 제1항,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 성충동 약물치료제도의 개관
1) 입법 배경 및 입법 연혁, 외국의 입법례
가) 입법 배경
최근 몇 년간 성폭력범죄, 특히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충격적인 범행 내용과 피해 상황이 전해지면서 성폭력범죄에 강력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국회는 관련 법률 제·개정을 통해 성폭력범죄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 대책의 주요 내용은 형법을 개정하여 유기징역형의 상한을 높이는 등 법정형을 상향 조정하고, 기존에 실시해 오던 신상공개제도를 확대하며, 이른바 ‘전자발찌’로 불리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통한 전자감시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이른바 ‘화학적 거세(chemical castration)'라고 불리는 ‘성충동 약물치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나) 입법 연혁
(1) 2008. 9. 8. 박민식 의원 등 31명의 국회의원은 ‘상습적 아동 성폭력범의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상습적 성범죄자 중에서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어려운 성도착증 환자로 판명된 자에 대하여 화학적 거세 치료요법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안 제1조),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상습적 성폭력범에게 본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으로 치료감호의 한 형식으로 화학적 거세 치료 및 심리치료를 알려진 의학적 방법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실시하는 것이었다(안 제2조 내지 제5조, 제9조).
(2) 이후 위 법안은 제278회 국회 제19차 전체회의에 상정되었다가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약 1년 반의 논의 끝에 법제사법위원장은 현재의 법명으로 제명을 수정한 안을 제291회 국회 제6차 전체회의에 상정하였고, 위 수정안이 통과되어 현재의 성충동 약물치료법이 되었다. 위 수정안에서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가 수치심과 거부감 등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성충동 약물치료’로 용어를 수정하였고, 약물치료 대상자의 정의에서 상습성을 삭제하고 성폭력범죄의 대상을 13세 미만 아동에서 16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하였으며, 약물치료 대상자의 동의 요건을 삭제함으로써 치료명령의 적용 범위를 대폭 넓혔다. 성충동 약물치료법은 2010. 7. 23. 공포되어 2011. 7. 23.부터 시행되었다.
(3) 이후에도 부녀자에 대한 성폭력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자, 2012. 11. 22.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장은 김희정 의원 등 13인의 개정안(피해자의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아니함), 권성동 의원 등 11인의 개정안(피해자의 나이를 16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확대)을 병합 심사하여, 16세 미만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였는지를 불문하고 성폭력범죄자가 성도착증 환자인 경우에는 치료명령을 할 수 있도록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1조, 제4조 제1항, 제22조 제1항의 ‘16세 미만의 사람’을 ‘사람’으로 개정하는 내용의 대안을 발의하였으며, 위 대안은 2012. 11. 22.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2012. 12. 18. 공포되어 2013. 3. 18.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4) 한편 2013. 1. 14. 문정림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은 “성충동 약물치료는 신체 기능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불능화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자발적인 치료의지가 없으면 치료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진바, 약물치료의 내용, 효과, 부작용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수반한 자유의사에 기한 동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약물치료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은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는 반면, 약물치료명령의 집행은 형기가 종료되는 시점에 하도록 하고 있어, 약물치료명령의 선고 시점과 집행 시점에 간극이 생기고 있어 장기수형자의 경우 장기간의 형 집행 과정에서 약물치료명령의 선고 시에 보였던 성도착 증상의 유무 및 정도, 재범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형 집행 종료시점에서 다시 한 번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약물치료명령 청구의 요건으로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추가하고 5년 이상 장기 복역한 성폭력범죄자에 대하여는 형 집행 종료 시점에 재범위험성 등을 다시 판단하여 약물치료명령의 집행 또는 가해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였고, 위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심사가 계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2) 성충동 약물치료제도의 내용
가) 성충동 약물치료법의 개요
현행 성충동 약물치료법에 따른 성충동 약물치료제도는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충동 약물치료를 실시하여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다( 제1조). 성충동 약물치료란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서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 투여 및 심리치료 등의 방법으로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를 말한다( 제2조 제3호). 성충동 약물치료법에 의한 치료명령은 ①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의한 치료명령( 제4조 내지 제12조), ②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징역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으나 제8조 제1항에 따른 치료명령이 선고되지 아니한 수형자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의한 치료명령( 제22조 내지 제24조, 제29조), ③ 성폭력범죄자 중 성도착증 환자로서 치료감호의 집행 중 가종료 또는 치료위탁되는 피치료감호자나 보호감호의 집행 중 가출소되는 피보호감호자에 대한 치료감호심의위원회에 의한 치료명령( 제25조 내지 제29조)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제도는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의한 치료명령이다.
나) ‘피고인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의한 치료명령’의 절차와 내용
치료명령의 대상자는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고, 여기서 ‘성도착증 환자’란 ‘ 치료감호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하는 사람 및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감정에 의하여 성적 이상 습벽으로 인하여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고 판명된 사람’을 말한다( 제1조, 제2조 제1호). 검사는 위와 같은 사람에 대하여 공소가 제기되거나 치료감호가 독립청구된 성폭력범죄사건(피고사건)의 항소심 변론종결 시까지 법원에 치료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제4조 제1항, 제4항).
치료명령 청구사건의 관할은 치료명령 청구사건과 동시에 심리하는 피고사건의 관할에 따르며( 제6조 제1항), 치료명령 청구사건의 판결은 피고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하는데( 제8조 제4항), 법원은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15년의 범위에서 치료기간을 정하여 판결로 치료명령을 선고한다( 제8조 제1항). 법원은 치료명령 청구가 이유 없는 경우 또는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심신상실을 이유로 치료감호가 선고된 경우 제외)·면소·공소기각, 벌금형,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의 판결 또는 결정을 선고하는 때에는 판결로 치료명령 청구를 기각한다( 제8조 제3항).
치료명령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보호관찰관이 집행하는데( 제13조 제1항),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면제·가석방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이 종료·가종료 또는 치료위탁으로 석방되는 경우 석방되기 전 2개월 내에 집행한다( 제14조 제3항). 피치료자는 치료기간 중 상쇄약물의 투약 등의 방법으로 치료의 효과를 해하여서는 안 되며( 제15조 제1항), 그 위반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제35조 제1항). 보호관찰소의 장 또는 피치료자 및 그 법정대리인은 해당 보호관찰소를 관할하는 보호관찰심사위원회에 치료명령의 가해제를 신청할 수 있는데, 그 신청은 치료명령의 집행이 개시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난 후에 하여야 하며 신청이 기각된 경우에는 기각된 날부터 3개월이 경과한 뒤에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제17조 제1항, 제2항). 보호관찰심사위원회가 가해제를 심사할 때에는 피치료자의 인격, 생활태도, 치료명령 이행상황 및 재범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제18조 제1항). 치료명령은 ‘치료기간이 지난 때’, ‘치료명령과 함께 선고한 형이 사면되어 그 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된 때’, ‘치료명령이 가해제된 사람이 그 가해제가 취소됨이 없이 잔여 치료기간을 지난 때’에는 그 집행이 종료된다( 제20조).
다) 치료명령에 따른 약물치료제도의 운영
치료명령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의한 약물 투여,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보건전문요원 등 전문가에 의한 인지행동 치료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의 실시 등의 방법으로 집행된다( 제14조 제1항). 보호관찰관이 약물 투여의 방법으로 치료명령을 집행할 때에는 약물 투여와 함께 호르몬 수치 검사를 실시하여야 하고[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제7조 제3항], 심리치료 프로그램에는 ‘인지 왜곡과 일탈적 성적 기호의 수정, 치료 동기의 향상, 피해자에 대한 공감 능력 증진, 사회적응 능력 배양, 일탈적 성행동의 재발 방지’ 등 성폭력범죄의 재범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하고, 약물치료기간 동안 월 1회 이상 실시되어야 한다( 시행령 제5조 제1, 2항).
피치료자에게 투여할 약물은 ‘성호르몬의 생성을 억제·감소시키는 약물’, ‘성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약물’ 중에서 법무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약물로 하는데( 시행령 제8조 제1항), 법무부장관은 2011. 7. 29. 법무부고시 제2011-343호로 피치료자에게 투여할 약물을 다음과 같이 지정하여 고시하였다. 이 중 법무부에서 투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약물은 주사제 형태의 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상품명: 루프론), 고세렐린 아세테이트(상품명: 졸라덱스)라고 알려져 있다.
구분약물성호르몬의 생성을 억제·감소시키는 약물(시행령 제8조 제1항 제1호)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MPA, Medroxyprogesterone acetate)류프롤리드 아세테이트(Leuprolide acetate)고세렐린 아세테이트(Goserelin acetate)트립토렐린 아세테이트(Triptorelin acetate) 성호르몬이 수용체에 결합하는 것을 방해하는 약물(시행령 제8조 제1항 제2호)사이프로테론 아세테이트 (CPA, Cyproteron acetate)
3) 치료명령의 법적 성격
가) 형벌과 보안처분
형사제재에 관한 종래의 일반론에 따르면, 형벌은 본질적으로 행위자가 저지른 과거의 불법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부과되는 제재를 뜻함에 반하여, 보안처분은 행위자의 장래 위험성에 근거하여 범죄자의 개선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장래의 위험을 방지하여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서 형벌에 대신하여 또는 형벌을 보충하여 부과되는 자유의 박탈과 제한 등의 처분을 뜻하는 것으로서, 양자는 그 근거와 목적을 달리하는 형사제재이다. 연혁적으로도 보안처분은 형벌이 적용될 수 없거나 형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행위자를 개선·치료하고, 이러한 행위자의 위험성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형사정책적인 필요성에 따라 만든 제재이므로 형벌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즉 형벌과 보안처분은 다 같이 형사제재에 해당하지만, 형벌은 책임의 한계 안에서 과거 불법에 대한 응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재이고, 보안처분은 장래 재범 위험성을 전제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제재이다.
나) 치료명령제도의 목적 및 요건 등
치료명령은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1조).
검사는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서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19세 이상의 사람에 대하여 이를 청구할 수 있다( 제4조 제1항). 검사는 치료명령을 청구함에 있어서 필요한 경우에는 보호관찰소의 장에게 재범의 위험성 등 치료명령 피청구자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의 조사를 요청할 수 있으며( 제5조 제1항), 치료명령 피청구자에 대하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진단이나 감정을 받은 후 청구하여야 한다( 제4조 제2항). 이와 같이 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재범의 위험성’을 치료명령의 중요한 요건으로 삼고, 이에 관한 전문가의 과학적인 사실판단을 참고로 하여 법률가인 검사와 판사가 이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치료명령의 선고는 피고사건의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 제8조 제6항)은, 치료명령이 형벌과 그 목적이나 심사대상 등을 달리하므로 징역형의 대체수단으로 취급하여 함부로 양형을 감경하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위치추적장치 부착명령에 관한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도1947, 2009전도5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치료명령은 제도의 목적, 요건 등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형벌과 구별되므로, 형벌과는 목적이나 심사대상 등을 달리하는 보안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성충동 약물치료명령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1) 치료명령과 과잉금지의 원칙
치료명령은 비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욕구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서 성도착증 환자에게 약물 투여 및 심리치료 등의 방법으로 도착적인 성기능을 일정기간 동안 약화 또는 정상화하는 치료로 대인적 보안처분의 일종이다.
보안처분이 형벌의 한계를 극복 내지는 보완해 줄 수 있는 유용하고 필요한 제도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형사제재인 보안처분이 아무런 원칙 없이 자의적으로 부과될 수는 없고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치국가적 이념에 상응하는 원리의 한계 안에서 부과되어야 한다. 보안처분의 경우에는 보안처분을 정당화하고 한계지우는 지도원리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이 강조된다. 형벌은 책임주의에 의하여 제한을 받지만 보안처분에 있어서는 형벌에 대해 책임주의가 기능하는 바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과잉금지의 원칙이다.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에 의한 약물치료명령이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치료자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과도한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2)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여부
가)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에 따른 치료명령의 집행은 경구알약 또는 주사의 형태로 치료제를 신체에 주입하여 피치료자의 생식능력을 저하시키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12조 제1항 전문에 의하여 보장되는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자유, 즉 신체의 완전성이 외부로부터의 물리적인 힘으로부터 침해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제한한다.
또한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은 피치료자의 동의가 없이 약물 투여를 강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자기결정권, 즉 자신의 삶에 관한 중대한 사항에 관하여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한다. 즉 치료명령에 의한 치료는 호르몬 변화를 통하여 성기능에 장애를 가져올 수 있고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피치료자가 치료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검토해 보고 그 치료를 받을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인데, 강제적인 치료를 명하는 치료명령은 위와 같은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또한 치료명령의 집행 과정 자체로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10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인격권 또한 제한된다.
나) 입법 목적의 정당성
우리나라의 성폭력범죄는 통계상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고, 성폭력범죄의 동종재범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단순히 형벌을 강화하는 것은, 성폭력범죄가 행위자의 습벽이나 병적인 기질에 의한 경우가 많아 처벌에 의한 범죄 억제의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고, 양형의 지나친 강화는 일반적인 형사정책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성폭력범죄자 가운데 상당수는 범죄의 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운 심리적·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기존의 교정 프로그램만으로는 성폭력범죄의 재범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음이 드러나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형벌 이외의 별도의 제재가 필요하다.
한편 최근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의 정도가 심각한 성폭력범죄들이 빈발함에 따라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강력하게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도 크게 대두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은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게 함으로써 추가 범행을 방지하려는 것으로서, 성폭력범죄의 재범을 방지하고 성폭력범죄자의 사회복귀를 촉진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다) 수단의 적절성
치료명령제도를 도입한 것은 약물치료가 성도착증이 있는 성폭력범의 재범률을 낮추는 데 현저한 효과를 기대해서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욕, 성적 환상, 성적 행동의 중요한 유발인자이므로, 테스토스테론에 뇌가 노출되는 것을 감소시킴으로써 성욕, 성적 환상, 성적 행동을 억압하고 성적으로 무관심한 상태로 유인하여 재범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사건 피고인과 같이 지적장애가 있어 인지행동치료 등 심리치료의 보완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피치료자의 경우(증거기록 311면 참조) 사실상 약물치료가 주된 치료 방법이 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더욱 더 약물치료의 효과가 입증되어야 치료명령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약물에 의한 성호르몬의 조절·통제로 피치료자의 공격적인 성적 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는 치료 효과에 대하여 국내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실증적 연구 결과가 없다 .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외국에서 약물치료의 효과가 입증되었다면, 일응 우리나라에서도 치료의 효과가 인정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법무부에서는 미국 오레곤주에서의 연구 결과(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가석방된 성폭력범죄자의 재범률을 분석한 결과, 치료에 불응한 55명 중 10명이 재범하여 재범률이 18.2%임에 반하여 약물치료를 받은 79명 중 한 명도 재범하지 않아 재범율이 0%로 나타남)를 치료 효과를 인정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 그러나 위 참고자료에도 유보되어 있듯이, 약물치료에 자발적으로 응한 경우는 재범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 위와 같이 동의하에 약물치료를 받은 집단의 낮은 재범률을 근거로 하여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강제적 약물치료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인다(오히려 강제적 약물치료를 당하는 피치료자의 경우 반발심과 분노감으로 인하여 공격 성향이 더 심하게 표출될 수 있어, ‘성적’ 공격 행동이 아니더라도 다른 종류의 위험 행동으로 나아가게 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성충동 약물치료는 성범죄자의 성기능을 화학적 방법으로 약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약물치료가 중단될 경우에 피치료자의 성기능이 회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범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즉, 투입하는 비용에 비해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
이와 같이 강제적 약물치료가 재범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실증적 연구 결과를 찾을 수 없고, 이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한,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이 수단의 적절성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 피해의 최소성
(1) 판결에 의한 성충동 약물치료제도의 주요한 문제점은, 피치료자에게 성도착증 및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에 관하여 피고사건의 판결 시점에 판단하여야 하는데, 피치료자가 저지르는 범행의 죄질을 감안하면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위 판단 시점과 치료명령의 실제 집행 시점(형 집행 종료, 면제·가석방, 치료감호 집행 종료·가종료, 치료위탁으로 인한 석방 2개월 전)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것이다. 형 집행 후에 피치료자에게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하여 있으므로 실제로는 치료의 필요성 및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피치료자에 대하여 오판을 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정의 변경, 예컨대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성욕이 자연스럽게 감퇴할 가능성, 형 또는 치료감호의 집행 과정에서의 적절한 치료 등으로 인하여 피치료자에게 더 이상 성도착증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피치료자는 가해제를 청구할 수 있기 전까지 최소 6개월 동안은 약물치료를 받아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통상적으로 약물치료는 1개월 정도 지속되는 효과가 있으므로 6개월 동안 피치료자는 6번 정도 약물을 주입받게 되는데, 이는 결코 적지 않은 횟수이다). 위와 같은 불필요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은 치료명령의 실제 집행 시점에서 성도착증 및 재범의 위험성의 존부에 관하여 최초 또는 2차적으로 판단하는 절차를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성충동 약물치료법에는 그러한 조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2) 판결에 의한 성충동 약물치료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치료에 사용될 것으로 예정된 약물의 부작용에 관하여 충분히 연구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입장은 치료약물에 대하여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류프롤리드, 고세렐린과 같은 치료약물로 고시된 약물들이 전립선암 등의 치료제로 병원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부작용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고, 충분히 검증되어 있는 상태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류프롤리드, 고세렐린의 경우 내당능장애, 지각착오, 척수압박, 심부전, 심부 근경색증, 혈압 이상, 다한증, 발진, 골통증, 여성형유방, 골밀도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점이 밝혀져 있고, 법무부의 자체 용역 결과에 의하더라도 류프롤리드, 고세렐린의 유사약물로 치료를 하는 동안, 비록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뇌하수체 샘종이 보고되었다는 것이다 . 그런데 뇌하수체 샘종은 시신경을 압박하여 시력저하, 시야감소 등의 증상을 가져오거나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을 촉진시킬 수 있는 등 인체에 회복 불가능한 침해를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부작용이라고 할 것인데,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피치료자를 미리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약물을 피치료자에게 투여하는 것은 피치료자를 질병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법무부에서 보충적으로 투여를 고려하고 있는 치료약물인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는 심혈관계 부작용으로 인하여 여러 국가에서 금지되고 있는 약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위험성이 큰 치료약물이다. 그리고 위 용역 결과에서 검토된 부작용은 모두 외국에서 이루어진 임상실험을 기초로 한 것이어서, 한국인에게 위 치료약물을 투여할 경우 어떠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지 뚜렷하게 밝혀져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욱이 위 치료약물들이 본래의 치료 목적이 아니라 성충동 감퇴를 목적으로 하여 강제로 투여된 경우에는 본래의 치료 목적에 사용되었을 때와는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위 치료약물의 효과는 통상 1개월 정도의 잠정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므로 성도착증과 재범의 위험성이 계속 인정되는 한 피치료자는 최대 15년의 범위 내에서 장기간에 걸쳐 주기적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과연 이와 같이 장기간 투여하였을 때의 부작용에 관하여도 충분히 연구가 된 것인지 의문이다.
이와 같이 부작용을 사전에 충분히 예견할 수 없는 상태라면, 최소한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약물의 투여를 중단함으로써 신체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취지에서 성충동 약물치료법의 시행령에는 보호관찰관이 치료명령을 집행하는 경우 치료기관의 의사로 하여금 부작용에 대한 검사 및 치료도 함께 실시하게 하여야 하고, 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의 신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거나 그 밖에 약물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약물 투여를 일시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 제11조 제1항, 제2항)이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류프롤리드, 고세렐린의 부작용 중에는 장기적인 약물 투여에 따라 그 효과가 점진적·누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있어 의사가 어느 시점이 과연 회복하기 어려운 손상이 발생한 단계인지를 판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위와 같은 내용의 약물 투여의 중단 규정만으로 약물 투여에 따른 부작용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 법익의 균형성
(1) 성폭력범죄는 ‘인격 살인’으로 불릴 만큼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성폭력범죄를 경험할 경우 심리적인 상처와 후유증으로 인해 평생 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성폭력범죄로 인한 피해는 그 피해자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함께 생활하는 가족 구성원이나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커다란 정신적 고통과 상처를 줄 수 있다. 나아가 성폭력범죄로 인한 피해는 피해자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의 피해도 야기한다. 성폭력범죄가 빈발하면 여성의 사회 활동이 위축될 수 있고, 자녀의 안전한 보육과 통학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성폭력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공익은 매우 크다.
(2)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성충동 약물치료제도는 피치료자가 동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법원의 판결에 따라 강제로 치료약물을 투여함으로써 신체에 직접적인 침습을 가하는 제도인바, 그 자체로 피치료자의 자존감, 수치심을 강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생식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피치료자를 여러 가지 부작용의 가능성에 노출시킴으로써 건강의 위험을 초래하고 그러한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지속적으로 야기할 수 있는 등 피치료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도이다. 이와 같이 성충동 약물치료제도가 제한하는 기본권의 중요성과 기본권을 제한하는 정도는 비슷한 목적으로 도입된 신상공개제도(사생활의 비밀 제한)나 전자발찌 부착명령제도(행동의 자유 제한)보다 현저하게 크다고 할 것이어서, 위 제도의 헌법 합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른 보안처분의 경우보다 신중하여야 한다.
(3) 따라서 앞서 본 것처럼 성충동 약물치료제도가 과연 재범 방지의 효과가 있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문이 존재하고, 치료명령 요건에 대한 판단 시점을 집행 시점과 일치시키거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는 등으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조치가 모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성충동 약물치료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쉽사리 치료명령 피청구자가 입는 불이익을 등한시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결국 성충동 약물치료가 피치료자에게 주는 정신적·육체적·심리적 영향이 심대하다는 점에서 엄격한 이익형량이 요청된다고 볼 것인데, 아동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과학적 분류를 통해 의학적 치료가 꼭 필요한 경우에 국한하여 약물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담보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폭력범죄자에게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는, 법익의 균형성 원칙이 지켜졌다고 보기 어렵다.
바) 성충동 약물치료에 대한 동의의 필요성
보안처분으로서의 성충동 약물치료의 재범방지 효과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성충동 약물치료에 대한 성범죄자의 자발적 동의와 정신·심리적 치료의 병행이 요청된다. 성범죄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신체 및 정신에 침해를 가하지 않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와는 달리, 성충동 약물치료는 그 치료의 목적, 효과, 부작용에 대해서 정확한 이해를 수반한 동의가 필요하다.
성충동 약물치료법은 치료명령이 선고되지 아니한 수형자 및 피치료감호자나 보호감호의 집행 중 가출소되는 피보호감호자에 대한 성충동 약물치료 청구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성충동 약물치료법 제22조 제1항, 제29조 제1항), 법원의 판결에 의한 치료명령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동의 없이 성충동 약물치료를 강제적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당초 법률안 제9조 제1항에서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자로부터 약물치료요법에 관한 동의를 얻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약물치료의 근거, 중요성, 부작용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야 하고, 제2항에서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자가 약물치료의 근거, 중요성 및 부작용 등에 관한 이해 및 판단 능력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 성충동 약물치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 인권과 사회방위를 적절히 교량하고 있었음에도 현행법은 이러한 내용이 삭제되어 통과된 것이다.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심사가 계류 중인 성충동 약물치료법의 개정안에도 성충동 약물치료에 대하여 ‘당사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행법의 태도는 인권보다는 사회방위에 치중한 것이다.
약물치료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국가 중 폴란드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의 일부 주 등 극히 제한적인 지역에서만 이를 강제로 시행할 뿐 독일, 스웨덴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당사자의 진정한 동의를 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당사자의 진정한 자발적 동의가 약물치료의 인권침해의 문제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이다 .
법무부장관이 피치료자에게 투여할 약물로 지정한 류프롤리드와 고세렐린의 경우 치료에 동의하지 않는 환자에 대하여는 그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 성충동 약물치료의 재범방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당사자의 자발적 동의에 기초한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당사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성충동 약물치료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소결
결국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치료명령 피청구자의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당하지 않을 자유, 자기결정권,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만한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4. 결론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제청대상 조항은 헌법 제10조, 제12조 제1항, 제37조 제2항에 위배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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